Korean Anarchist Network

 

아래 글은 중국의 무정부주의 단체였던 '무정부 공산주의 동지사'의 1914년 선언서이다. 5.4 운동의 사상사(일월서각, 1983) 라는 책에서 무단전재하여 이곳에 올린다.

당시 중국의 무정부 공산주의가 어떤 내용을 움켜쥐고 투쟁하였는지 한 눈에 들어오는 간결하고 힘있는 글이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상당히 설득적이며, 몇몇 인상깊은 구절들이 눈에 뜨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家長의 존재를 부인하는 無家長과 (어떤 이유에서건) 결혼 마저 반대하는 無결혼의 주장 등이 그것이다. 유토피아적인 성격에 반대하고, 국제주의를 옹호하며, 여성의 해방에도 특히 신경을 쓰는 이들 중국 무정부주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공산주의와의 단단한 결합에 있었다고 하겠다. 1949년의 혁명 이후, 중국대륙을 새롭게 조각하는데 기본 골자가 되었던 내용들이 이 무정부주의자들의 선언서 곳곳에 그대로 녹아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무정부주의 운동의 정신은 新中國이 성립되며 계승된 셈이다.

약골은 1996년 여름에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전국의 서점을 뒤지다시피 하여 아주 어렵게 '中國近代의 無政府主義 思潮'라는 책을 구할 수 있었다. 412 페이지 31만字에 이르는 이 책은 중국에서는 비교적 무정부주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山東大學의 두 교수 蔣俊 과 李興芝의 저작이다. 이 책은 1991년에 출판되었다. 중국의 본격적인 개혁 개방이 등소평의 南巡講話에 이어 1992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책은 아직도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책의 곳곳에서 무정부주의를 소부르조아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이거나 혹은 극좌 모험주의의 한 경향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부분이 발견된다. 아마 이 책이 최근에 와서 출판되었다면 그런 식의 중국 공산당의 눈치를 보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11년 신해혁명과 1919년의 5.4 운동, 그리고 1949년의 공산당주도 신민주주의혁명에 이르기까지 줄곧 사상적 영향을 미쳐온 무정부주의에 대한 평가가 중국에서, 그리고 조선의 무정부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곳 코리아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그날을 기대한다.

(아래 본문을 따라) 우리들은 전진한다 ! 무정부 만세 !


 

無政府 共産主義 同志社 宣言書

 

1914년 7월 무정부 공산주의 동지사는 上海에서 결성대회를 마치고 대중에게 선언서를 발표한다.

무정부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제도를 폐지하고 공산사회로 개조하며 정부의 지배가 행해지지 않는 주의를 말한다. 즉 경제상 정치상 절대적인 자유를 요구하는 주의다.

자본주의제도는 平民의 으뜸가는 원수이며 사회 죄악의 원천이다. 토지, 자본, 기계는 일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지주와 자본가에게 모조리 장악되어서 우리들 平民은 노예와 다를 것 없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거기서 생산되는 막대한 이익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소수인에게 돌아가서 뼈빠지게 일을 해서 이익을 생산한 노동자는 고통과 곤궁에 빠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사회의 모든 죄악은 이 제도를 출발점으로 한다. 그러므로 우리 黨은 이 원흉을 맹세코 섬멸해서 재산의 사유를 폐지한다. 오늘날 소수인에게 장악된 생산기관 (토지, 공장 및 제조 생산을 위한 모든 기계 등등)을 빠짐없이 되찾아서 사회의 公有로 한다. 각자가 능력에 따라 일을 하고 필요에 따라 얻는다는 원칙에 의거해서 자유공산의 사회를 조직한다. 남녀의 구별없이 각자는 그 능력에 따라 노동에 종사한다. 노동에 의해서 얻은 과실 (衣, 食, 住 및 일체의 생산물)은 노동한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해서 제한을 두지 않는다.

政府란 명목상으로는 국민을 다스리는 것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우리들 국민의 자유를 침해 박탈하는 기관이며 우리들 국민의 원수다. 우리들은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와 각자가 자치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强權의 지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政府는 폐지되어야 한다. 장래의 사회에서는 각자가 완전히 자유이며 이미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는 모든 强權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無政府'라 하며 공산사회에서 무정부를 실행하는 것을 무정부 공산주의라 한다.

원래 '無政府'란 强權반대를 주요 의의로 삼는다. 따라서 현 사회의 모든 강권적 성질을 갖는 악제도에 대해서는 우리 黨은 일체 이것을 배척하고 소멸해서 자유 평등 박애의 진실한 정신에 따라 우리들이 이상으로 하는 無地主, 無資本家, 無首領, 無官吏, 無代表, 無家長, 無軍隊, 無監獄, 無警擦, 無法院, 無法律, 無宗敎, 無結婚 제도의 사회에 도달시킨다. 이때에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자유 뿐이며 상부상조하는 대의와 일하는 즐거움만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무정부 공산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유일한 수단은 '革命'이다. (原註: 혁명이란 단순히 혁명군을 일으킨다는 정도의 의미는 아니다. 모든 혁명정신을 갖추고 우리들 平民 자신의 실력으로 强權과 투쟁하는 일체의 행동을 혁명이라 한다) 眞理의 장애가 되는 것에는 '直接行動'으로 그것을 배제하며 가차란 조금도 있을 수 없다.

우리 黨은 중국의 平民에게 선언한다. 무정부 공산주의는 밝고 아름다운 주의이며 제군을 지옥에서 구해내서 바르고 쾌적한 사회로 인도한다. '無政府'는 사회진화의 필연적인 도달점이다. 근세기의 과학의 발명과 진화의 추세는 모두가 무정부의 哲理와 합치된다. 따라서 無政府는 유토피아이며 실현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정부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모든 사람이 自治를 하며 독립정신으로 상부상조의 대도를 걸어가게 된다. 그 조직의 아름다움은 정부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다. 따라서 무정부는 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염려는 조금도 없다.

無政府黨은 萬國의 연합을 설득하는 기관이며 단순히 한나라만을 문제로 하지는 않는다. 따러서 중국이 무정부가 되면 타국이 반드시 간섭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의 자본주의제도 반대는 자본사유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며 단순히 대자본가 반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에는 아직껏 대자본가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사회혁명은 현재의 긴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우리들의 전진을 가로막지 못한다. 인류의 죄악은 실로 사회제도의 그릇됨에서 발생한다. 우리들은 현사회의 조직을 개조하고 거기서 인류의 죄악의 근원을 절멸한다.

사회의 개조는 동시에 개인의 개조를 뜻한다. 따라서 인류의 도덕수준이 옳지 못한 때에는 정부를 없앨 수 없다는 설도 또한 성립될 수 없다. 요는 무정부 공산만이 인류 본래의 생활의 원칙이며 사회진화의 要道이며 또 20세기의 불가피한 추세다. 우리들은 여기에 대해서하등의 의심도 품을 필요가 없다.

또 우리 黨은 중국의 동지에게 선언한다. 무정부 공산의 실행은 우리 黨의 실력에 달려 있다. 우리 黨의 실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동지들이 연합하고 일치해서 전진하는 것만이 오늘날의 유일하고 긴요한 임무다. 우리 黨의 동지들은 누구나가 각자의 소재지에서 주의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단결해서 정세에 따라 自由集合團體 (原註: 비밀조직으로 하든가 또는 학술연구기관을 가장해서)를 창설해서 주의를 전파하고 동지와 연락하는 기관으로 삼아야 하며 장래에 연합회를 조직할 기초를 다져두어야 한다. 개인이든 단체이든 본사외 연락을 통해 줄 것을 희망한다. 각지에 분산해 있는 동지들은 정신상으로는 결합해서 일체가 되고 실천상으로는 일치해서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또 우리 黨은 세계각국의 동지에게 선언한다. '萬國聯合'은 우리 黨의 일치된 방향이다. 우리들은 불민하지만 서로 제휴해서 이 공통된 길을 걷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중국 무정부당의 연합회가 결성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우리 회사를 연락기관으로 하고자 한다. 세계각국의 우리 黨의 단체 또는 개인은 수시로 본사와 연락해 주기를 희망한다. 본사 동인은 미력을 다해서 그 임무를 다할 것이다.

우리들은 전진한다 !

無政府 萬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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